나는 속으로 말했다. 내가 다시 범죄하면 레바논에 안 가겠다고. 그러나 또 범죄하였다. 나는 벗고 싶었다. 욕조에 물을 받으며 상처 입은 몸과 영혼을 눕힌다. 부끄러운 모습이 하나님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나님께서는 물으셨다. “사람들의 기도를 무위로 만들 거냐?” 순간 나는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겠다는 분들에 대한 죄송함으로 가슴이 미어졌다. 그분은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나는 깨끗한 그릇만을 쓴다.”
그때 찬양 <사명>이 내 머릿속에서 울려 퍼진다. “목숨도 아끼지 않겠소. 나를 받아주오.” 찬양으로 수없이 고백해온 부분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또 다시 말씀하셨다. “목숨도 아끼지 않겠다고? 그렇다면 날마다 너를 죽여라. 십자가에 못 박으라. 너 대신 내가 왜 죽었는지 기억하라. 나를 기념하라.” 그때 나는 내 앞에 필사적으로 놓인 기도가 있음을 알았다. “촛대를 옮기지 마소서!” 모세가 몸이 건강했어도 범죄함으로 가나안 입성을 여호수아에게로 물려주어야 했었다.
물은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오늘의 목욕이 세례를 상징함을. 나는 눈을 감은 채 얼마 동안 잠이 들었다. 자는 순간, 꿈꾸지 않는 순간에는 나를 의식할 수 없다. 죽은 것이다. 얼마 후, 나는 깨어났다.
레위인 제사장은 하나님께 나아가기 전에 물로 몸을 씻었다. 나도 몸을 닦고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내게 많은 사람들의 기도를 무위로 돌릴 거냐는 물음에 또 다른 의미가 숨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의 계획을 나의 어떠함으로 망칠 수 없다는 거였다. 이를 깨닫자 주께서 물으셨다. “레바논으로 갈 거냐?” “가겠습니다. 하나님, 보내주소서.” 주께서는 내게 삼손이 아닌 세례 요한과 같이 되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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