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군대묵상록

2009.01.19. 하나님 아버지

by 조나단 브레이너드 2023. 5. 20.
반응형

 

처음 LTC에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한 후 홀로 동방에서 찬양집을 펼치다가 나온 곡이다. 그전까지 나는 이 곡을 내 가면을 통해 보며 은연 중에 나약한 자의 노래라고 생각했었다. 그 말은 곧 내가 강하고 틈이 없으며 완전하다는 착각 속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하여간 그 토요일 아침 나는 기타를 잡고 나의 나약함을 그대로 인정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 군에 입대하고 자대에 와서는 이 노래의 고백이 점차로 나의 고백이 되어갔다.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라서, 나의 아버지 되어 주셔서 얼마나 다행인가……. 누구도 나를 지지해주지 않고 스스로 대부분의 걸 챙겨 먹어야 하는 나날들 속에서 하나님 아버지는 내 속앓이를 아시고 내 안으로 깊이 들어와 거하셨다. 선임들에 대한, 그리고 관계의 가면 속에 가려진 거절 받음과 수치심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완벽해 보이려고 힘 주었던 눈동자를 그분은 아신다.

처음 접하는 것들 투성이…… 훈련소의 자만이 부서진다. 안다고 말하지만 하나님도, 나 자신도 알지 못했고, 안다고 말했기에 깊고 진실하게 알려고 하지 않았다. 사실, 알기가 두려웠다. 약한 나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은 곧 수치와 거절을 의미하는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평양대부흥을 이야기했던 내가, 1907년 그 날의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깊고 진실하게는 몰랐던 것이다.

사실을 고백하기로, 얼굴이 벌개지도록 부끄러운 일들이 많았다. 그걸 가리고 싶고 가려진 모습이 진짜 나라고 믿고 싶었을 뿐.

완벽해 보이려는 노력들, 자대에 와서 마음이 상해도 스스로에게 괜찮다 괜찮다 했던 속삭임들, 서 있어야 한다, 주저앉아선 안 된다 했던 끝없는 되뇌임들. 이제는 이 모든 것들을, 부끄러움을, 나약함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그래도 하나님 ‘아버지’는 나를 거절하고 않고 받아주신다. 아버지는 아들과 손 잡고 보조를 맞추기 원하시지, 앞서 달려가는 아들일 뒤에서만 바라보기 원하시지 않는다. 게다가 아들의 눈과 다리는 온전치 않다. 그래서, 그리고 하나님이 내 아버지라서 참 좋고 참 다행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