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역곡이었나……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노인들만 살고 몰락해가는 곳이라는 점에서 역곡은 아니었지만, 꿈에서의 공간은 내가 어릴 때, 즉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기 이전의 역곡이었다. 나는 역곡중학교로 가는 길의 문구점과 지금은 구멍가게인 비디오 대여점 사이에 있었다. 그리고 어떤 할머니를 보았다. 물건을 파는 분이었는데, 힘겹게 목소리를 써가길래 도와드리고 싶었다. 나는 할머니가 서 있는 비디오 대여점 건너편으로 가서 그 곁에서 역곡 2동쪽으로 할머니가 하는 말을 대신 외쳐주었다. 할머니가 죽기 전에 동료 상인들과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역곡시장 쪽으로 향하며 길을 하나 건너고 S 약국 옆에 있는 허름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무얼 파는 곳인지도 몰랐다. 가게 안은 불도 켜져 있지 않고 오로지 아침-낮으로 유리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유일한 빛이었기에 전체적으로 어두침침했다. 그 가게에는 확성기가 달려 있어서, 온 동네에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었다. 거기서 할머니는 가게 진열대에 누운 낡은 시계에 덮인 먼지 위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며 말했다. “예수가 은혜가 아니면,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요.” 이 말만 계속 반복하며 쓰는데, 가게 안으로 5명 정도 되는 검은 옷 계통의 아줌마들이 들어왔다가, 할머니의 말을 듣더니 다시 나갔다. 전도하려고 들어왔던 것이었다. 어쨌거나 할머니는 누가 들어오건 나가건 이 말을 반복하며 손가락으로 시계 위에 쓰기를 멈추지 않았는데, 하면 할수록 눈과 목소리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나도 그 말을 되뇌다가, 잠에서 깼다. 깨어나니 새벽 4시였고, 김도현 씨의 “예수는 나의 힘이요”란 노래가 머릿속에서 맴돈다. 꿈 내용을 잊지 않으려고 화장실에서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현재 시간은 4시 27분이다.
'군대묵상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01.20. 청년과 청소년에게 (0) | 2023.05.24 |
---|---|
2009.01.20. 벤치마킹 (0) | 2023.05.24 |
2009.01.19. 억울할 때에 (0) | 2023.05.22 |
2009.01.19. 하나님 아버지 (0) | 2023.05.20 |
2009. 날짜 미상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0) | 2023.05.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