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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적 <축구왕 슛돌이>를 보고 내가 축구를 잘 알고 축구를 잘할 거라고 착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형과 축구―‘축구’라고 하기엔 뭣하고 동네 길바닥에서 공 차고 노는 것에 가까운―를 했는데, 내가 규칙을 잘 모르면서 안다고 우기자, 그는 나를 규칙으로 놀리기 시작했다. 공을 손으로 잡게 하여 핸들링 파울을 시키기도 했다.
“(손으로) 잡아도 돼. 아까 나도 잡았잖아.”
물론 그는 ‘규칙대로’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갔을 때 손으로 잡은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프리킥을 찰 때 공을 바닥에 찍고 나에게 차도 된다고 하고는, 내가 손으로 공을 잡거나 역 프리킥(?)을 하면 내게 반칙을 선언하였다. 그런데도 나는 축구를 할 줄 안다고 끝까지 버텼었다.
2000년 전 바리새인들도 모르면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들이 자신들의 무지를 애써 감추려고 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들 스스로 안다고 믿었던 데에서 연유한다. 예수께서는 그들이 안다고 말했기에 죄가 더 중하다고 하셨다.
2023년 8월 30일, 위 글을 정리하며 든 생각은, 바리새인들이 정말로 알면서도 약속과 그 성취를 믿지 않았을 거라는 거다. 그리고, 나도 은혜를 알면서도 배반하는 삶을 산다. 다행히 바리새인과 내가 다른 점은, 부끄러움을 모르는가 아는가의 차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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