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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장님의 부인이 신부전증으로 입원하여 창고장님이 휴가를 다녀오고, 나는 사모님은 괜찮으시냐고 물어봤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중대장님을 통해 창고장님이 그 일을 아주 고마워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그동안 함께해온 다른 분대원들은 한마디도 그런 말을 안 했는데, 분대를 갓 옮겨온 신참이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OO이 참 됐다”고 하였다 한다.
저녁에 행군을 하다가 낮에 들은 칭찬을 떠올리며 창고장님께 점수를 땄다는 생각을 쫓아버려야 했다. 나는 당시에 정말로 마음에 긍휼이 있어 한 말이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내가 어디에 있든 나는 작은 빛이어야 한다. 산 위의 마을을 숨기지 못할 것이다. 내가 군대에 있기에 나는 여기서 작은 빛이어야 한다. 선임들이 하나님을 물어보고, 성경을 물어볼 때 친절히 답하는 것 이상으로, ‘섬광’으로서(“섬광이 되어야”가 아니라).
순간 내가 아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행복한 사람들. 나는 군대에 있는데……. 하지만 다시 작은 빛이기를 소망한다. 따뜻함과 빛에 둘러싸여 있으면 행복에 젖어 눅눅해진다. 자신을 비추지 않아도, 자신이 빛을 발하지 않아도 괜찮다 여긴다. 반대로 어수선함과 송곳니에 둘러싸인 채 유일한 빛을 발한다면, 그래서 내 행복을 쪼개줄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유익이다. 그래서 나는 행군 중에 웃는다. 밖에 있는 누구도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여기서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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