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이가 중대원들에게 비친 내 모습과, 중대 군종병인 나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이야기했다. 전세 역전이었다. 자신의 흡연 문제로 힘들어하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이제는 나를 정죄했다. 그날에 니느웨 사람이 일어나 유대인을 정죄한다는 말의 예표 같았다. 나는 내가 얼마나 내 것을 움키려 하고 놓지 않으려 하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실책을 범해왔는지 떠올렸다. 고통스럽고 부끄러웠다.
“너는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별하며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으로 인정된 자로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리기를 힘쓰라”(딤후 2:15)
너무나 부끄러웠다. 내 전투복 왼쪽 가슴에 십자가가 수놓인 군종 마크를 떼고 싶었다. 이전에 간혹 돌던 마음처럼 시쳇말로 때려치우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달고 있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무자격하고 무능함을 다시 인식하고, 하나님께서 디모데후서 2장 15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쳐달라고 재차 구했다. 도저히 부대에 만연한 나에 대한 인식을 바꿀 가능성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었다. 길이 보이지 않았고 눈앞마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울고 싶었다. 하나님의 이름을 중대에서 추락시키고, 전파되기를 막은 자가 나였다. 하나님께서 에스겔에게 보여주신 범죄하는 제사장이 바로 나였다.
불과 며칠 전에 늘 괴로워하던 데이비드 브레이너드가 무가치한 자신을 들어 쓰시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기뻐하면 더 좋았을 텐데, 라고 『데이비드 브레이너드 생애와 일기』 한 켠에 적었지만, 지금은 그가 하나님 앞에 더 옳은 태도를 가졌다고 고백한다.
홀로 울며 기도하고 싶어 예배당 밖으로 나갔다. 눈물마저 걷히는 비 갠 직후 가을날의 쓸쓸함이 나를 맞았다. 나는 다시 예배당으로 돌아가며 하나님께 감사했다. 이런 비천한 나를 사용하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이런 나를 비참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되찾은 상한 심령과 가난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하나님만을 투명히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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