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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묵상록

2009.11.02. 화

by 조나단 브레이너드 2024.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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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에게 말한 바 살인하지 말라 누구든지 살인하면 심판을 받게 되리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마 5:21-22)

 

"그 형제를 미워하는 자마다 살인하는 자니"(요일 3:15)

 

내가 얼마나 분노를 쉽게 하고 증오와 원한을 갖는지, 나조차도 놀랍고 스스로를 제어하기 힘들다. 군대에서 그 대상을 꼽는다면 ‘그 한 사람’이 있다. 오늘 아침 점호 때 그 사람이 구시렁대며 “배고파 뒤지겠다”고 했다. 순간 나는 속에서 ‘그럼 죽어(뒤져)’라는 말이 배어 나왔다. 나는 이런 나 자신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하나님께 한숨과 함께 이 살인자를 용서해달라고 기도했다.

 

오후 사격 때 연습 사격을 하는데, 그 사람을 표적이라고 생각하니 집중이 더 잘되고 총의 유동이 사라졌다. 이대로만 간다면 백발백중일 것이다. 예전에 사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북한 선수가 적의 심장을 겨누는 심정으로 쐈다고도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연습 사격을 마치고 이 마음이 결코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선할 수 없음을, 그리고 나의 악함을 알았다. 사격 만발이면 휴가가 주어지지만, 이를 위해 또 다시 마음으로 살인할 수 없었다. 20발을 모두 맞춘다면 20번을 죽이는 것이다. 쏘면서 한 발 한 발 놓칠 때마다 아쉬워할 게 뻔하다. 얼마나 잔인한가. 나는 0발이 나오더라도 그 사람을 생각하며 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실사격 때, 내 총은 원인 불명의 기능 이상으로 사격이 불가능했다. 요만큼까지가 하나님의 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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