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 기간 중에 사령부 골든벨 대회가 잡혔다. 원래 예정된 기간보다 갑자기 일주일 앞당겨진 일이었다. 도저히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대대 예선을 지난주 토요일(11/7)에 했고, 그 다음날 사령부 본선이 오늘 수요일인 걸 알았다. 당혹한 나는 마음이 조급하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환경에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훈련 기간 중 취침 시간이 교안이나 자료를 보았지만 너무 지쳐서 어느샌가 눈을 감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마음을 지킬 수가 없었다. 안타까움, 억울함, 도피감, 조급함, 당혹스러움 등이 뒤섞였고 죄까지 비집고 들어왔다. 그렇게 어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새벽 4시 30분이 조금 안 되어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고 평온한 마음으로 수없이 ‘하나님은 선하시다’고 반복해서 고백했다. 이렇게라도 공부할 시간을 주신 것에 감사했다. 그러나 가상 몸을 일으켜 보니, 새벽 기도회에 갈 때 기상 시간과 일치한다는 것도 생각났다. 나는 고민하다가 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공부가 잘 되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졸고 있었다. 나는 6시에 책을 덮고 30분만이라도 자기로 했다. 시험 범위의 절반도 못 끝낸 채로.
그렇다고 전날까지 이어진 혼란스러운 마음은 아니었다. 지극히 평온했다. 기상하고 나서도 그 마음이 이어졌다. 오히려 증폭되었다. 전날, 특히 토요일 대대 예선 때의 마음이 회복되었다. 욥기 1장 21절(“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의 고백과,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부요에 처할 줄도 아는 것(빌 4:12)을 다시 묵상하며 되찾은 마음에 감사하고 이 마음을 지키기로 고백했다. 전날의 일들에 감사하지 않는 것을 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하여, 나는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온유한 목소리를 내는 은혜로운 자가 되어있었다. 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얼마 전부터 바란 내 마음의 소원이었다. 나는 이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했고, 이제야 한 명제를 깨달았다. 은혜로운 자는 감사하는 자라고. 또한 태풍의 눈에 거할 때의 은혜에도 감사했고, 나아가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은혜에도 감사했다. 너무나 감격해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식당에서의 일이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주님, 당신만이 나의 광명입니다. 그리고 고백이 여기에까지 이르렀다. “부르신 이도 여호와시요 보내신 이도 여호와시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사령부 대회가 오늘인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가서 누구를 만나게 하시든지, 상을 주시든지, 피하게 하시든지 다 하나님의 뜻 안에 있을 것이다.
사령부 대회에서 공부하지 못한 범위의 문제를 틀렸다. 그렇지만 장기자랑을 나가 마스크팩을 탔다. 요만큼까지가 하나님의 은혜다. 요즘 피부가 푸석한데 이것을 주셔서 감사했고, 이것으로 피부를 입대 전처럼 가꿔달라고 기도했다. 작은 일에 대한 감사와 소소한 제목의 기도다. 그리고 대대에서 함께 본선에 나간 본부소대 이OO 일병하고 대화하였다. 하나님은 선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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