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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전부터 나는 나를 닮은 동물로 치타를 들곤 했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하고, 그 다음엔 지쳐 쓰러질 정도까지 가는 동물이다. 최고의 속도를 내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치타의 육체는, 다른 맹수들에 비해 약하기만 하다.
입대를 하고 나서 나는 내 K-2 소총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다루면 다룰수록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평소에 총을 잡으면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갑다. 그러나 목표를 향해 조준, 사격을 하는 동안과 직후엔 감당 못할 정도로 뜨겁게 달궈진다. 자신에게 주입된 탄알을 뿜어낼 때 발생하는 열기다. 이것은 에너지, 힘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사격장에서 돌아오는 차량에서 맞이하는 바람에 금방 식어버린다. 언제 그런 힘을 냈었냐는 듯. 몸 안에는 탄매 등 찌꺼기의 흔적만 까맣게 묻힌 채로 잠잠하다. 확실히 치타와 소총은 나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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