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미래상이나 계획들이 떠올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권면이나 도전이 많이 떠올라도, 일단 말과 행동에서 모두 침묵하기로 한다. 주님께서 명하시기 전까지,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 나가고 싶어도 머물러 있는다. 말씀이 떨어지면 머무르고 싶어도 나간다. 내 생각과 마음과 의지에 비쳐 맞는 것 같아 보여도, 하나님께서 하라는 말씀이 없으면 묻어둔다. 찬양 <말씀하시면>의 의미가 이전보다 더 깊게 다가온다. 순종과 불순종을 넘어선, 기다림과 인내. 말과 글로 이 단어들을 하기는 간단하지만, 지금 내 마음은 이 단어들을 간단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단어를 쓰자면, 주권.
내 생각마저 내 임의대로 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고 귀로 듣는 모든 것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 내게 그럴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감정 또한 마찬가지. 짜증을 미소로 바꾸면 상황마저 풀린다. 오늘 나눈 업무 중에 상자를 쌓다가 손에 잡은 노란 벤딩끈에서 상자가 툭 빠져버리고 말았다. 내 실책이 아닌 것도 있어서 순간 성질이 난 나는 그대로 잡고 있던 벤딩끈을 거세게 내리치듯 던져버렸다. 이 분노의 표출은 작은 것이었지만 주변에 악영향을 끼치기에 충분했다. 순간 내 마음을 지키지 못한 결과다. 어느 상황을 겪더라도, 생각이 통제할 수 없는 때에 감정의 영역마저 하나님의 주권이 인정되기를.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아…… 아직 의지에 있어서 순종한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겠다. 글로 꾸며 보자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그건 위장이어서 진실하지 못하다. 진실하신 하나님을 닮아, 묵상의 기록에 완전하신 하나님과 부족한 나를 진실하게 찾아 담아내고 싶다.
자, 이제 송구영신 예배를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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