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23.01.13.(금)
정리: 2023.01.13.(금)
출애굽기 3:7-12
주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나의 백성이 고통받는 것을 똑똑히 보았고, 또 억압 때문에 괴로워서 부르짖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의 고난을 분명히 안다. 이제 내가 내려가서 이집트 사람의 손아귀에서 그들을 구하여, 이 땅으로부터 저 아름답고 넓은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가나안 사람과 헷 사람과 아모리 사람과 브리스 사람과 히위 사람과 여부스 사람이 사는 곳으로 데려 가려고 한다. 지금도 이스라엘 자손이 부르짖는 소리가 나에게 들린다. 이집트 사람들이 그들을 학대하는 것도 보인다. 이제 나는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 나의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게 하겠다." 모세가 하나님께 아뢰었다. "제가 무엇이라고, 감히 바로에게 가서,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겠습니까?" 하나님이 대답하셨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네가 이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낸 다음에, 너희가 이 산 위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게 될 때에, 그것이 바로 내가 너를 보냈다는 징표가 될 것이다." (새번역)
나의 묵상: 정체성의 근원
“제가 무엇이라고”라는 모세의 말에서 그의 자아 인식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그는 낮아지다 못해 겸손한 게 아니라 자존감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젊을 때의 이상과 어릴 적의 꿈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집트 권력자의 비호를 받던 왕자도 아니고, 이스라엘 사람으로의 정체성도 훼손되었다고 여겼다.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언약하신 하나님을 섬기지도 못하고,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미디안 사람에게 얹혀 지내며 미디안 제사장을 도왔다. 그가 장인인 미디안 제사장을 도와 양 떼를 치며 미디안 신에게 바칠 양을 골랐는지는 모르지만, 하나님을 모르는 외국인, 그것도 우상을 섬기는 사람의 사위가 되어 그를 돕는다는 현실이 그에게는 치욕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자신은 실패자였고, 가정마저 그의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했다.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낯선 땅에서 나그네가 되었다는 뜻의 게르솜으로 짓기까지 한 것이다. 모세에게 아내 십보라는 아내라기보다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이 가정이 하나님 안에서 레위, 즉 연합하는 것은 십보라가 게르솜의 할례를 행할 때부터였다. 그때까지 모세는 아들의 할례를 행할 생각을 하거나 엄두를 내지 못했던 듯하다. 미디안 사람들의 눈치를 봤거나, 아들조차 자신과 다른 사람이라고 여겼던 듯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거룩하다 하신 걸 사람이 속되다 할 수 없었다. 십보라가 남편이든 누구를 통해서 들었든 이스라엘 사람들이 한다는 할례를 아들에게 시행하고서야,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내리려던 징계를 거두고 살려주시고서야, 모세는 아내와 아들을 하나님 안에서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당시 모세는 실패자요, 정착지 없이 떠도는 미디안 유목민들에게조차 나그네요, 양치기로서, 미디안에 오기 전의 삶만큼 살아왔다. 모세에게 모세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 없는 존재였다. 비천하고 보잘것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없는 존재. 그래서 그는 ‘감히’ 근동 제국의 우두머리인 파라오에게 가서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냐고 의문을 표했다. 모세에게 파라오는 파라오의 주장대로 태양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모세는 자신은 물론 파라오와 하나님도 바로 보지 못했다. 하나님의 크심과 파라오의 인간 됨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일을 하신다고 했지만, 모세는 자신이 이 일을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감히 파라오에게 가냐면서. 모세는 어쩌자고 감히 하나님께 그런 말을 했을까.
또한 모세는 미디안 사람들도 바로 본 게 아니었다. 모세는 스스로를 나그네로 여기고 미디안 사람들과 마음속으로 선을 긋고 있었지만, 미디안 사람들은 모세를 환대하고 모세와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내고 있었다. 모세의 긍휼과 용기에 감명받은 미디안 제사장이 그를 사위로 삼을 정도면 그는 그 공동체 내에서 상당히 인정과 존중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모세는 저들과 나는 다르다며 스스로를 비참하게 여기고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열국과 이집트와 이스라엘에 하나님이 누구신지 알리기 전에 모세에게부터 하나님을 알리고 가르치신다. 그리고 모세의 자아상과 정체성을 세워가신다. 모세가 스스로를 이집트 왕자요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여긴 자아정체성이 분리되고, 실패자요 이스라엘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자요 없는 존재라고 여긴 자아정체성을 넘어, 하나님께서는 그를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세워가신다.
나의 경우를 보자. 하나님께서 좋은 환경과 비그리스도인들을 포함한 좋은 사람들을 베풀어 주셨고, 자아정체성도 망한 사람과 마른 뼈다귀에서 하나님께 속한 사람으로 변화시켜 주셨다. 많이 부족하지만, 받은 은혜와 복에 감사하며 인도하신 이곳을 거룩히 여기고 이곳에서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 그래서 오늘을 다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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