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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끄적이기

1. 결혼의 신화 부수기 - 『팀 켈러의 결혼을 말하다』

by 조나단 브레이너드 2023.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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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나 한국이나 상황은 다르지 않다. 청년들은 몇 가지 이유로 결혼을 기피한다. 크게 두 가지로, 결혼하면 불행해질 것이라는 ‘믿음’과, 완벽한 이상형을 만날 때까지 결혼하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이다. 조금 길게 말하자면, 첫 번째는 결혼하면 간섭을 받든 가정을 위해 희생하든 나를 포기해야 하고, 경제적으로 위축되며, 서로의 단점이 드러나 이혼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문화나 매체의 영향으로 나를 그대로 받아주면서 나에게 딱 맞는 완벽한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런 확신을 주는 사람을 만나기까지 결혼이 아닌 상태로 여러 모습으로 지내보기도 한다. 때로는 저자의 다른 책인 『내가 만든 신』에서도 지적했듯, 로맨스에 대한 환상이나 낭만을 우상화하여 구원으로 삼는다. 두 경우에서 일어나지 않은, 혹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불안이나 기대가 커서 결혼에 대한 마음을 멀리하며, 결혼 제도가 억압적 사회 제도라고 주장하거나 결혼 무용론을 표방하기도 한다.

 

 두 경우 모두 결혼을 ‘나’ 중심성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책은 지적한다. 공공선을 위한 가치관에서, 조금 낮추어 말하자면 자기 만족을 위한 결혼관(그래서 비혼과 이혼이 늘어나는)으로의 변화가 일어났고, 현재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결혼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나는 자기 부족에의 인식을 추가하고 싶다. 성품, 경제력, 집, 차, 직장 등이 갖춰지지 않아 결혼할 준비가 안 되었다는 이유이다. 이 이유 역시 자기 중심적 가치관에서 결혼을 바라본 것이고, 미래 불안에의 대비가 영영 안 될 것 같다는 절망에서 기인하는 건 앞서 말한 이유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 사례와 통계는 결혼을 꾸려갈 때 위의 이유들이 극복되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적, 심리적으로 안정된 궤도에 오르고, 견고한 관계를 이룰수록 더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돈이나 다른 만족을 보고 결혼한 것과는 다른 기준으로 결혼을 영위할 것을 말하고 있다.

 

 성경을 믿는 그리스도인 청년에게로 초점을 모아서, 결혼은 하나님께서 제정한 제도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성경은 결혼으로 창세기를 열고, 결혼으로 요한계시록을 닫는다. 너무나 유명한 에베소서 5장에서는 결혼 관계에서 요한계시록이 말할 비유, 즉 교회와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보여준다. 책은 에베소서 5장의 ‘그리스도가 교회를 섬기듯이’를 깊이 파고들어, 우리의 온갖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용납하시듯 서로를 용납하라고 말한다. 나를 변화시키지 않고 나에게 맞는 완벽한 사람이 나타나거나 나를 변화시킬 만큼 매력적인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던 풍조에, 혹은 결혼이 내 삶에 중요하거나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인식에, 책은 내게 다시 생각하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구할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책은 나아가 실은 사람들의 속은 결혼하기를 소망한다고 지적한다.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는, 어쩌면 하나님이 인류에게 주신 소명을 가로막으려는 두려움이 아닌가 싶다. 뒤집어 말하자면, 결혼에 대한 하나님의 ‘신념’을 내가 확고히 하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돌파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어쩔 수 없이 일시적인 로맨스를 넘어 견고한 현실의 토대를 다질 수 있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책은 결혼하기가 실제로 어려워진 사회 및 경제 환경을 다루는 데에는 소홀한 듯하다. 문제의 핵심을 자기 중심성으로 귀결하는 논조는 매우 설득력이 있고 타당한 이야기지만, 환경적 요인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이 커다란 원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환경이 청년들을 자기 중심성으로 후퇴하고 위축되도록 몰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추가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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