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24.12.12.(목), 2024.12.16.(월), 2024.12.17.(화), 2024.12.18.(수)
정리: 2024.12.27.(금)
마태복음 5:10-12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도 이같이 박해하였느니라. (개역개정)
나의 묵상: 하나님, 대한민국을 축복하소서
묵상을 하려고 지면 맨 윗줄에 날짜를 적고 보니 오늘이 12월 12일인 걸 알았다. 1979년 이날엔 12‧12 사태가 일어났다. 군사 정변으로 권력을 차지한 이가 무려 19년을 뭉개고 있다가 총알 한 발에 사라져, 권력의 공백이 일어난 상황이었다. 이 공백은 태풍의 눈이 되었다. 전례를 따른 또 다른 군인들이 사욕에 눈이 멀어 북한과 대치 중이던 전방 부대 병력까지 빼서 서울을 장악했다. 이날이 1979년 12월 12일이었다. 이들의 안중에는 국가와 국민이 없었지만, 자신들의 불법 반란을 포장하고 정당화하고자 겉으로는 늘상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발표했다.
전두환‧노태우 일당이 12‧12 사태를 일으킬 때, 수도경비사령관에 부임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장태완 장군은 이 불법 군사 정변, 간단히 말해 반란을 진압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미 반란군은 군을 장악했었다. 장태완 사령관은 겨우 모아도 100명이 조금 넘는 병력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전두환 신군부는 장태완 사령관을 감금하고 심문했으며, 강제로 군을 떠나게 했다.
장 사령관의 아버지는 아들의 강제 전역 소식에 분개하다가 12‧12 사태 4개월만에 세상을 떠났다. 장 사령관의 집 주변에는 보안사령부 요원들이 늘 감시를 하고 있었다. 서울대학교에서 단과대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아들은 행방불명된 후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세월이 흘러 장태완 장군은 2010년 세상을 떠났는데, 부인은 우울증을 앓다가 2년을 버틴 뒤 2012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밖에도 12‧12 당시 신군부에 체포된 정병주 특전사령관은 언론으로 군사 쿠데타를 비판하다 1988년 실종되었고, 이듬해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정병주 사령관을 지키다 전사한 김오랑 소령의 아내 백영옥 여사는 충격으로 실명하고, 이후 반란 세력인 하나회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다 의문사를 당했다. 김 소령의 아버지는 화병으로 사망했고, 어머니도 치매에 시달리다 12‧12사태 1년 뒤 사망했다.
강원도 태백의 예수원 설립자로 유명하고, 하버드에서 공부하였으며 성공회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R. A. 토레이 3세, 즉 대천덕 신부의 일화도 떠오른다. 그는 한국에서 성경에서 영감을 받은 혁신적인 토지 정의‧토지 개혁을 가르친 것으로 유명하지만, 미국에 있을 때부터 정의를 위한 용기를 내왔다. 그는 지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부당한 이익을 취하던 기업가들을 만나 토론을 벌여왔다. 어느 날 캄캄한 한밤중에 차를 타고 가다가 뒤에 다른 차가 다가와 그가 탄 차를 치려고 했다. 기업들이 위장 교통사고로 대천덕 신부를 제거하려던 것이다.
나는 12‧12 사태의 희생자들이 그리스도인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의를 위하다 박해를 받은 이들에게 하나님께서 복 주셨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2024년, 전쟁의 위험을 일으키고 국민들의 자유를 빼앗아 영구히 독재하려던 아합에 맞서 많은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다. 시민들은 무장한 계엄군을 맨몸으로 막아섰고, 군인들도 특정 권력의 군대가 되기보다 국가와 국민의 군대가 되기로 하여 총구를 내렸다. 이후로 연일 시민들이 모여 대통령 퇴진과 탄핵 요구가 이어졌다. 나도 국회에서 2차 탄핵 여부를 결정하기 전날인 12월 13일 국회를 찾았다.
나는 집회를 많이 다닌 것도 아니고, 세월호 사건 이전에는 관심도 없었다. 세월호 진상 규명 촉구 집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취재하러 다닌 전광훈 집회 등 모든 집회를 통틀어서 올해 12월 13일의 금요일이 가장 추웠다. 3시간 동안 길바닥에 앉아서 추위에 떨었다. 특히 발가락이 얼어서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몸 쓰는 일을 하다 보니 최근에 큰마음 먹고 안전화를 구입했는데, 발이 편하고 전투화처럼 튼튼했지만 전투화처럼 온도 변화에 취약했다. 기온이 낮으면 신발 안쪽은 더 차가워지는 것이다. 그래도 이 추위에, 날씨보다 차가운 시대와 권력에 어려움을 자처하고 나온 시민들과 함께하니 견딜 수 있었다.
다음날인 토요일 밤 시사 방송인 <그것이 알고 싶다>(SBS)를 봤는데, 마지막 장면에 탄핵 집회 현장과 그때 부른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왔다. 일주일 전 개인 방송을 할 때처럼 눈물이 피어올랐다. 그 방송에서 유관순, 김주열, 이한열 등 의를 위하다 희생당한 소년‧소녀들의 이름을 불렀었다. 이들이 있어서 대한민국은 살아있고, 살아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국회 앞에 모인 20대 청년들을 보며 희망을 품는다. 이들과 나는 유관순과 박종철처럼 수감되어 고문받지도, 김주열과 이한열처럼 최루탄에 맞아 죽지도 않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걸 이들과 우리들이 보여주고 있다.
의를 위하여 고난받은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있기를. 의를 위하여 박해받은 이들에게 복이 있기를. 그래서 나는, 우리는 복 있는 사람이다. 하나님, 대한민국을 축복하소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소서. 주는 억압받는 자들의 해방자요 아버지십니다.
요한계시록에서는 하나님께서 세상을 심판하시는 이유가 단지 세상이 악해서라거나 세상이 하나님의 마음에 안 들어서라고 하기보다, 순교자들의 기도와 탄원에 대한 응답이라고 밝힌다. 의를 위하여, 복음을 위하여 박해받은 이들은 하나님께 면류관을 받고,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이 집행되는 모습을 보는 복을 받는다. 인류사에서 무수한 순교와 사건들이 있어 왔고, 현대 선교 역사, 조선 순교사에도 피와 땀과 눈물의 씨가 뿌려지고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로 결실하여 거두는 일들을 보고 겪어왔다. 이 예들을 어떻게 여기에 다 적을 수 있을까. 만일 낱낱이 기록된다면 이 세상이라도 이를 기록한 책을 두기에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삶을 돌아볼 때, 의를 위해 박해를 받기보다 나의 불의를 위해 남을 고통스럽게 하거나 스스로 갉아먹고, 의로우신 하나님을 슬프게 한 적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5월의 소송이 최근의 큰 예고, 한창 은혜롭게 방송하며 시청자들과 소통한 뒤, 불의하고 악한 것을 위해 탐욕을 부리는 건 일상적이다.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자가 복이 있기를, 의로운 이들을 억울하게 박해하는 자에게 벌이 있기를 구하지만, 정작 내가 죽을 죄인이라는 걸 배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아울러, 또한 나아가, 이런 죄인인 내가 받은 은혜와 용서 역시 기억하고 감사하길, 죽이는 자였다가 자신이 죽더라도 남을 살리는 자의 길을 간 바울처럼, 돌이킨 인생과 일상을 살길 소망한다. 악을 미워하고 가까이하지 않으며, 선과 의의 자리에서 박해와 고난받은 이들과 함께하며. 이것이 먼저 이 길을 가시고 본을 보이신 주께서 나에게, 우리에게 주신 제자도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복 있는 자로, 세상에 복을 전하는 자로 되어간다. 다시 복음 앞에 서서부터.
"성경에 일렀으되 곡식을 밟아 떠는 소의 입에 망을 씌우지 말라 하였고 또 일군이 그 삯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하였느니라"(디모데전서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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