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23.12.21.(목)
정리: 2023.12.21.(목)
열왕기하 5:8-14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가 이스라엘 왕이 자기의 옷을 찢었다 함을 듣고 왕에게 보내 이르되 왕이 어찌하여 옷을 찢었나이까 그 사람을 내게로 오게 하소서 그가 이스라엘 중에 선지자가 있는 줄을 알리이다 하니라 나아만이 이에 말들과 병거들을 거느리고 이르러 엘리사의 집 문에 서니 엘리사가 사자를 그에게 보내 이르되 너는 가서 요단 강에 몸을 일곱 번 씻으라 네 살이 회복되어 깨끗하리라 하는지라 나아만이 노하여 물러가며 이르되 내 생각에는 그가 내게로 나와 서서 그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고 그의 손을 그 부위 위에 흔들어 나병을 고칠까 하였도다 다메섹 강 아바나와 바르발은 이스라엘 모든 강물보다 낫지 아니하냐 내가 거기서 몸을 씻으면 깨끗하게 되지 아니하랴 하고 몸을 돌려 분노하여 떠나니 그의 종들이 나아와서 말하여 이르되 내 아버지여 선지자가 당신에게 큰 일을 행하라 말하였더면 행하지 아니하였으리이까 하물며 당신에게 이르기를 씻어 깨끗하게 하라 함이리이까 하니 나아만이 이에 내려가서 하나님의 사람의 말대로 요단 강에 일곱 번 몸을 잠그니 그의 살이 어린 아이의 살 같이 회복되어 깨끗하게 되었더라 (개역개정)
나의 묵상: 작은 자에게 순종하는 나아만 장군
자신은 절박한데 아람의 음모라며 무서워하는 이스라엘 왕을 접한 나아만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여기서도 별 수 없나. 아픈 몸을 이끌고 국경을 넘어 먼 길을 왔는데 이게 뭐란 말인가. 무려 왕이 안 된다는데, 이제 정말 안 되나 보다. 절망과 짜증이 솟구친다.
그러자 선지자가 왕에게 나아만을 자신에게 보내라 한다. 왕은 허겁지겁 나아만 일행을 엘리사에게로 보낸다. 나아만은 황당하고 화가 더 쌓였을 것이다. 왕이 선지자에게 오라고 명령하면 되지, 나더러 가라고? 그래도 나아만은 꾹 참고 사마리아에서 갈멜산으로 갔다.
선지자의 집 문 앞에 섰더니, 고명하신 선지자께서는 직접 나와 보지도 않고 사람을 시켜 말만 전한다. 전해 들은 말도 그가 생각하기에 어이없는 내용이었다. 결국 나아만은 폭발한다. 강물에 몸을 씻으면 나병이 낫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그럴 거면 차라리 고향에 있는 더 좋은 강을 찾지, 뭐하러 머나먼 이스라엘의 요단까지 가야 하나? 나아만은 중국 기자에게 엉뚱한 질문을 받은 허재 농구 감독처럼 화를 내며 그 자리를 떠나려 했다.
나아만을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는, 그의 아내에게 선지자를 아는 긍휼한 여종을 두시고, 나아만을 진정시키는 수행원들도 그의 곁에 두셨다. 나아만의 종들은 “선지자가 큰 일을 시키면 할 것이지 않습니까? 더 큰 일도 마다하지 않을 터인데, 작은 일을 시켰으니 해보는 게 밑져야 본전 아닙니까?”라는 식으로 장군을 설득했다. 이렇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충언으로 나아만은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한다.
마음을 돌린 나아만은 선지자가 시킨 대로 따른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을 치료하겠다던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을 것 같다. 그의 생각에 이 선지자도 당연히 자신의 환부 부근에 손을 대고(나병이라 환부에 직접 손을 얹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기도할 줄 알았지만 선지자는 그러지 않았다. 아픈 곳에 손을 대고 기도하는 건 오랜 훗날 예수님도 하시고 오늘날에도 치유를 위해 기도하는 보편적인 방식이다. 종교를 떠나 ‘엄마 손이 약손’이라며 아픈 배를 만져주는 건 인류의 유구한 본성이다.
하지만 여호와의 선지자는 나아만의 상식과 선입견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나아만이 이제껏 만나온 여러 무당들이 ‘이것을 하면 낫는다’, ‘저것을 하면 효험이 있다’고 한 많은 수행 과제들은 어렵고 힘들며 괴롭고 고통스러웠으나 효과가 없었다. 심지어 값비싼 제물을 바치라거나, 허경영이 상한 우유를 치유의 약으로 파는 것처럼 위험한 걸 먹으라거나, 오히려 병세를 악화시키는 별의별 고대 의학과 민간요법을 하라고 한 무당들이나 의사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엘리사는 환자를 만나지도 않고 복채도 안 받고 하나님의 말씀만 전한다(나도 그래야 할까).
아람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왕의 총애를 받으며 거창한 걸 해온 나아만은, 한 사람의 환자로서 하나님께서 두신 작고 연약한 무명의 사람들의 권고로 작은 일에 순종한다. 그는 장군의 위세로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 게 아니라, 겸허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순행해야 했다.
내가 간과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온 하나님의 말씀은 무엇일까. ‘다음에 하면 되지’나 ‘나중에 더 크게 하면 되지’라며 미루지 않고, 겸손하게 주의 말씀을 경청하여 따르기를. 그럴 때 치유와 회복이, 새 일이 일어날 것이다. 먼저 작은 일에 죽도록 충성하여 깨끗한 그릇의 마음을 지켜내자. 그래야 큰 일도 맡기실 것 아닌가.
'성경 묵상 since 2019.07(2023.01-04 제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왕기하 5:20-27 | 상황 인식 (1) | 2023.12.26 |
---|---|
열왕기하 5:15-19 | 감사하는 자의 선교 (0) | 2023.12.23 |
열왕기하 5:1-7 | 나아만과 바울, 그리고 무명의 여종 (0) | 2023.12.21 |
열왕기하 4:25b-37 | 엘리사와 게하시 (0) | 2023.12.20 |
열왕기하 4:17-25a | '차라리'를 넘은 소망 (0) | 2023.12.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