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24.01.05.(금)
정리: 2023.01.07.(일)
열왕기하 7:3-8
성문 어귀에 나병환자 네 사람이 있더니 그 친구에게 서로 말하되 우리가 어찌하여 여기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랴 만일 우리가 성읍으로 가자고 말한다면 성읍에는 굶주림이 있으니 우리가 거기서 죽을 것이요 만일 우리가 여기서 머무르면 역시 우리가 죽을 것이라 그런즉 우리가 가서 아람 군대에게 항복하자 그들이 우리를 살려 두면 살 것이요 우리를 죽이면 죽을 것이라 하고 아람 진으로 가려 하여 해 질 무렵에 일어나 아람 진영 끝에 이르러서 본즉 그 곳에 한 사람도 없으니 이는 주께서 아람 군대로 병거 소리와 말 소리와 큰 군대의 소리를 듣게 하셨으므로 아람 사람이 서로 말하기를 이스라엘 왕이 우리를 치려 하여 헷 사람의 왕들과 애굽 왕들에게 값을 주고 그들을 우리에게 오게 하였다 하고 해질 무렵에 일어나서 도망하되 그 장막과 말과 나귀를 버리고 진영을 그대로 두고 목숨을 위하여 도망하였음이라 그 나병환자들이 진영 끝에 이르자 한 장막에 들어가서 먹고 마시고 거기서 은과 금과 의복을 가지고 가서 감추고 다시 와서 다른 장막에 들어가 거기서도 가지고 가서 감추니라 (개역개정)
나의 묵상: 거저 받은 은혜들
새해부터 게을러서 1월 5일이 되어서야 올해 첫 묵상을 쓴다. 작년 마지막 묵상이 12월 29일이었으니, 일주일을 건너뛴 것이다. 7일 정도만에 감이 떨어졌는지 본문만 읽어서는 건질 내용을 찾지 못했다. 전개상 묵상집을 편찬한 IVP가 뒤 내용을 더 읽도록 본문 배치를 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장을 넘겨 후문맥을 읽어보고, 되돌아와 묵상 도움글을 읽으니 그제야 가닥이 보인다.
원래는 무슨 자존심인지 도움글을 안 보는 편이다. 그날그날 성령께서 알려주시는 나만의 묵상을 하는 게 순수하다고 여겨서다. 남이 해놓은 것을 따라가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반대로 남이 못 본 것을 발견하는 희열을 좋아하기도 하니까. 이 때문에 대학원에서도 오라고 했었지.
하지만 내가 새롭게 발견했다고 하는 것도 실은 내가 발견한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알려주신 것이며, 보통은 수백 년 전 믿음의 선배들이 이미 깨달은 것들이다. 한 성령께서 알려주시는 지혜니 그럴 수밖에.
그래서 겸손히 도움글의 도움을 받는다. 글이 좋아서 그대로 옮겨본다. “하나님은 구원을 베푸시고 구원의 기쁜 자리에 왕과 장군들이 아니라 나병 환자들을 가장 먼저 초청하셨다. 더욱이 그들은 특별한 믿음을 가진 자들이 아니라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자리를 떠나 뛰쳐나온 자들이었다.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보여준다. 구원은 은혜다. 노력으로 얻지 않고 선물로 받는 것이다.” ‘묵상을 위한 질문’들 중 한 가지 질문도 도움글과 비슷한 맥락에서 감동을 줘서 올린다. “동족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죽음의 절망 속에서 항복을 선택했던 나병 환자들이 아람 진영에서 누리게 된 것은 무엇입니까? 이들에게 구원의 소식이 가장 먼저 알려졌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병사하거나 아사하거나 전쟁에 휘말려 죽으나,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하여 모든 소망을 잃어버린 나병 환자들은, 선지자가 말한 하나님 말씀의 성취를 가장 먼저 맛보았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왕궁으로 사마리아로 가서 하나님의 예언이 이루어졌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욥, 야곱, 다윗, 엘리야, 요나, 베드로, 바울, 요한 등이 살 소망이 끊어졌을 때 하나님을 유일한 소망으로 깊이 만나고 하나님의 새 일에 동참했다. 그리고 밤에 들에서 추위를 견디던 목동들이 아기로 오신 예수님을 처음으로 맞이했다.
나는 한 것 없이도 은혜로 구원을 받았다. 이로서도 감사한 일이지만, 바울의 표현을 빌리자면 만삭되어 태어나지 못한 나병 환자 같은 나조차도 기쁜 소식을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었다. 부랴부랴 실업급여 인정일을 챙기는 나이 찬 실업자가, 하나님을 알고자 하는 질문에 삼위일체를 설명한다. 오늘 이 구절을 실천한 것 같아 감사하다.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벧전 3:15b)
물론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벧전 3:15a)를 못했다. 나는 나병 환자처럼 흠이 많지만, 소망의 하나님이 나를 새롭게 하고 선물로 거저 받은 은혜를 거저 주는(마 10:8) 축복의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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