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23.12.29.(금)
정리: 2023.12.29.(금)
열왕기하 6:24-7:2
이 후에 아람 왕 벤하닷이 그의 온 군대를 모아 올라와서 사마리아를 에워싸니 아람 사람이 사마리아를 에워싸므로 성중이 크게 주려서 나귀 머리 하나에 은 팔십 세겔이요 비둘기 똥 사분의 일 갑에 은 다섯 세겔이라 하니 이스라엘 왕이 성 위로 지나갈 때에 한 여인이 외쳐 이르되 나의 주 왕이여 도우소서 왕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너를 돕지 아니하시면 내가 무엇으로 너를 도우랴 타작 마당으로 말미암아 하겠느냐 포도주 틀로 말미암아 하겠느냐 하니라 또 이르되 무슨 일이냐 하니 여인이 대답하되 이 여인이 내게 이르기를 네 아들을 내놓아라 우리가 오늘 먹고 내일은 내 아들을 먹자 하매 우리가 드디어 내 아들을 삶아 먹었더니 이튿날에 내가 그 여인에게 이르되 네 아들을 내놓아라 우리가 먹으리라 하나 그가 그의 아들을 숨겼나이다 하는지라 왕이 그 여인의 말을 듣고 자기 옷을 찢으니라 그가 성 위로 지나갈 때에 백성이 본즉 그의 속살에 굵은 베를 입었더라 왕이 이르되 사밧의 아들 엘리사의 머리가 오늘 그 몸에 붙어 있으면 하나님이 내게 벌 위에 벌을 내리실지로다 하니라 그 때에 엘리사가 그의 집에 앉아 있고 장로들이 그와 함께 앉아 있는데 왕이 자기 처소에서 사람을 보냈더니 그 사자가 이르기 전에 엘리사가 장로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이 살인한 자의 아들이 내 머리를 베려고 사람을 보내는 것을 보느냐 너희는 보다가 사자가 오거든 문을 닫고 문 안에 들이지 말라 그의 주인의 발소리가 그의 뒤에서 나지 아니하느냐 하고 무리와 말을 할 때에 그 사자가 그에게 이르니라 왕이 이르되 이 재앙이 여호와께로부터 나왔으니 어찌 더 여호와를 기다리리요 엘리사가 이르되 여호와의 말씀을 들을지어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내일 이맘때에 사마리아 성문에서 고운 밀가루 한 스아를 한 세겔로 매매하고 보리 두 스아를 한 세겔로 매매하리라 하셨느니라 그 때에 왕이 그의 손에 의지하는 자 곧 한 장관이 하나님의 사람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여호와께서 하늘에 창을 내신들 어찌 이런 일이 있으리요 하더라 엘리사가 이르되 네가 네 눈으로 보리라 그러나 그것을 먹지는 못하리라 하니라 (개역개정)
나의 묵상: 돌밭에 뿌려진 천국
수도가 포위되어 물자가 끊기고 극심한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닥쳤다. 여호람 왕은 어려움의 시기에 하나님을 배반한다. 아니, 실은 하나님과 신뢰 관계인 적이 없었다. 그동안은 엘리사의 지시대로 방비하여 아람 군대를 막아냈으나, 이를 과거의 기억 속에 묻어두고 당장의 어려움에 하나님을 원망했다. 예수님은 밭의 비유를 들면서 이러한 사람을 천국의 씨가 돌밭에 뿌려진 것과 같다고 하셨다. “돌밭에 뿌려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 즉시 기쁨으로 받되 그 속에 뿌리가 없어 잠시 견디다가 말씀으로 말미암아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날 때에는 곧 넘어지는 자요.”(마 13:20-21)
물론 여호람이 겪는 환난은 보통의 환난이 아니다. 북한이 겪은 ‘고난의 행군’ 시기를 방불케 한다. 여러 의문 속에 침잠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에는 아람의 침입을 잘 막아주시더니 이번에는 왜 허용하셨는가? 뭐가 문제인가? 그는 욥처럼 시달리다, 원인과 책임을 선지자에게 돌리기로 했다. 이제껏 선지자의 말을 들어서 나라를 구해냈어도, 당장 어려우니 배은망덕하게 분노의 칼끝을 선지자에게 겨눈다. 어쩌면 왕은 백성들을 달래기 위해 본보기로 선지자를 처형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삼국지연의』의 조조가 양식이 떨어지자 성실한 곡물 관리관을 억울하게 몰아 처형하여 군심을 달랬듯 말이다. 어찌하였든 국가에 위기가 닥치면 지도자가 책임을 지는 시대에, 왕은 자신의 부덕을 돌아보지 않고 신의 대리인을 지목했다.
엘리사에게 전한 왕의 말에서는 아예 이 재앙이 하나님께서 나왔다고까지 한다. 그의 하나님 인식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그는 모압과의 전쟁에서도 군대의 자원이 마르자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모압의 손에 넘기신다고 했었다(왕하 3:10). 그에게 하나님은 시험과 환난을 주시는 분이었다. 왜곡된 신관(神觀)이다. 또한 그는 사울 왕처럼 하나님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자신이 나서려고 했다. “어찌 더 여호와를 기다리리요.”(왕하 6:33)
그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죽일 수 없으니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를 죽이려 한다. 그가 민심을 가라앉히려는 의도로 엘리사를 죽이려 한다면, 그의 부모인 아합과 이세벨이 나봇을 억울하게 죽인 것을 답습하는 것과 같다. 여호람은 또한 엘리사가 죽지 않으면 신이 자신에게 벌 위에 벌을 내리라고 저주하여 맹세하는데, 이는 그의 모친 이세벨이 엘리사의 스승 엘리야를 죽이겠다고 공표할 때 쓴 표현이다(왕상 19:2).
여호람은 이득이 될 때는 하나님을 따르는 듯하나 실은 욕심을 신으로 삼은 여로보암의 길에 섰으며, 환난에 처하거나 정략적으로 필요할 때는 하나님을 향해 칼을 뽑는 아합과 이세벨의 길에도 선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엘리사가 여호람에게 살인한 자의 아들이라고 표현한 듯하다.
다윗이 하나님께서 기름 부어 세운 왕을 죽일 수 없다며 사울에게 은혜를 베풀었듯이, 엘리사는 여호람에게 보복하지 않고 그가 담당해야 하는 백성들에게 희망의 소식을 전한다. 심지어 이스라엘을 침략하려는 아람 군대를 생포하고도 은혜를 베푼 엘리사였다. 그는 내일 인플레이션이 그치고 물가가 안정될 거라는 하나님의 예언을 전달한다.
그러나 왕의 말을 전한 신하 중 하나가 하나님을 비꼬고 비아냥댄다. “왕이 그의 손에 의지하는 자”라는 표현과 그의 발언으로 보아, 그가 선지자의 말을 그나마 듣던 여호람을 순종의 길에서 탈선시킨 간신인 듯하다. 소경을 인도하는 소경인 그는, 사막에 강을 내고 광야에 길을 내며 만나를 내리신 하나님을 까맣게 잊고 비웃은 대가를 치른다.
나는 이제까지의 인생에서 은혜를 베푸시고 인도해오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그때의 하나님이 오늘의 하나님이라 신뢰하고 있는가? 지금의 어려움에 원망하는 마음이 들끓고 있는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다. 사방이 어두워도 말씀의 등불을 따라 순종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다 보면, 어느새 그분이 정하신 때에 쉴 만한 물가와 푸른 초장에 다다를 것이다. 주의 손과 지팡이가 나를 안위하시나니. 아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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