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하 8:1-6 | 기근과 이주, 그리고 약속의 귀환

기근 속에서 기도하는 나오미

작성: 2008.12.04.(목)
정리: 2024.03.27.(수)

열왕기하 8:1-6

엘리사가 이전에 아들을 다시 살려 준 여인에게 이르되 너는 일어나서 네 가족과 함께 거주할 만한 곳으로 가서 거주하라 여호와께서 기근을 부르셨으니 그대로 이 땅에 칠 년 동안 임하리라 하니 여인이 일어나서 하나님의 사람의 말대로 행하여 그의 가족과 함께 가서 블레셋 사람들의 땅에 칠 년을 우거하다가 칠 년이 다하매 여인이 블레셋 사람들의 땅에서 돌아와 자기 집과 전토를 위하여 호소하려 하여 왕에게 나아갔더라 그 때에 왕이 하나님의 사람의 사환 게하시와 서로 말하며 이르되 너는 엘리사가 행한 모든 큰 일을 내게 설명하라 하니 게하시가 곧 엘리사가 죽은 자를 다시 살린 일을 왕에게 이야기할 때에 그 다시 살린 아이의 어머니가 자기 집과 전토를 위하여 왕에게 호소하는지라 게하시가 이르되 내 주 왕이여 이는 그 여인이요 저는 그의 아들이니 곧 엘리사가 다시 살린 자니이다 하니라 왕이 그 여인에게 물으매 여인이 설명한지라 왕이 그를 위하여 한 관리를 임명하여 이르되 이 여인에게 속한 모든 것과 이 땅에서 떠날 때부터 이제까지 그의 밭의 소출을 다 돌려 주라 하였더라 (개역개정)

 

나의 묵상: 기근과 이주, 그리고 약속의 귀환

기근과 이주, 그리고 귀환. 더하여 7년이란 시간. 구약 곳곳에서 기근으로 인한 이주와 귀환의 과정이 이제야 처음 보인다. 창세기에서의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있으라 한 땅에 머물지 않고 애굽으로 간 적이 있었다. 요셉 치세의 애굽에서는 다가올 7년 기근을 대비하여 7년의 풍년 동안 곡식을 저장해 두었고, 야곱 족속이 고센 땅으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모세 때에 이르러 가나안으로 돌아온다. 룻기에서 나오미는 기근이 심하여 이방 땅에 머물다가 룻과 함께 보아스의 동네로 돌아온다. 오늘 본문에서는 7년 간의 기근을 피해 블레셋 사람들의 땅에 우거하다가 돌아온다. 비슷한 사건들이 성경 여러 부분에 기록되었다는 것은 그냥 넘어갈 내용이 아님이 확실하다. 나는 이 사건들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뚜렷한 그림이 그려지진 않지만, 일단 공통점을 하나 뽑아낸다면 이주한 땅은 모두 이방이라는 것이다.

이 객지에서의 삶은 모두 순탄치 않았던 것 같다. 아브라함은 애굽에서 아내를 빼앗길 뻔했고, 400여 년간 이스라엘 족속은 요셉을 모르는 바로들의 통치 하에 노예 생활을 하였다. 나오미는 두 아들을 이방 여인들과 혼인을 맺게 했고 게다가 두 아들 모두 자식 없이 죽었다. 블레셋 사람들의 땅에서도 수넴 여인과 그 가족은 힘겹게 살았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경우엔 자의로, 다른 경우엔 환경에 치여, 또 다른 경우엔 하나님의 말씀을 좇아 이방 땅으로 갔지만 타인들 속에 뛰어들어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이들 모두 돌아왔다는 것. 어쩌면 타지의 문화 속에 흡수되어 동화될 수도 있었고, 정착하거나, 혹은 힘을 길러 역으로 원주민을 정복하고 거주할 수도 있었지만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며칠을 지내건 7년을 살건 400년을 살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넘어서 이들은 하나님의 약속을 따랐다. 아브라함도, 모세도, 나오미와 룻도, 수넴 여인도 하나님이 오라고 하고 지정하신 땅으로 모두 돌아왔다. 땅과 땅을 다스리는 섭리의 하나님은 돌아오는 이들을 환대하신다. 씨를 뿌리기만 해도 소출이 나게 하시고, 보아스를 만나게 하시며, 원래의 것과 전토와 이제까지의 소출을 더하여 주신다. 아버지는 탕자에게 후히 주시고 신분과 지위를 되찾아 주신다.

지금 나는 부천과 인천을 떠나 춘천에 와 있다. 하나님을 떠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생수의 강이 인천에서 부천을 거쳐 춘천까지 흐르기를 바라며, 경인 지방으로 되돌아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부천과 인천은 지형적으로 나에게 샘의 근원과 같은 땅이다. 내가 경인 지방으로 귀환할 때, 물이 출렁이고 있을까. 기근이 있던 그 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