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십자가: 중심이자 기초이자 모든 것
성경 통독에 도전하다 창세기만 여러 번 읽었다는 많은 말처럼, 이 책도 2008년 IVF 전국수련회에서 퀴즈 경품으로 받은 이후 서문만 여러 차례 읽어왔다. 오랜만에 서문부터 다시 읽었는데, 다시금 가슴이 뜨거워지고 진리가 내 영혼과 삶의 방향성을 자유케 하는 것을 느꼈다.
특히 SCM으로부터 오늘날 IVF의 전신인 CICCU가 독립하는 과정을 밝힌 노만 그럽의 글은 내 중심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를 상기시켰다. SCM은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의 보혈"을 중심에 놓지 않는다고 했고, CICCU는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의 보혈"을 중심에 놓지 않는 어떤 것과도 합치거나 타협하지 않기에 SCM과 갈라섰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내 삶에도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의 보혈"이 중심이 있는가를 돌아보았다. 내 죄의 참혹함과, 이를 속죄한 그리스도의 공로를 보며 하나님의 은혜에 깊이 감사하고, 이 그리스도를 증거하며 "주께서 하나님이신 것과 내가 주의 종인 것"을 나타내고 있는가. 주님, 나는 못하오니 주께서 아무것도 아닌 내게 모든 것이 되시고 친히 이를 행하소서.
존 스토트는 1-3부에서는 십자가의 의미를 논하고 4부에서는 "십자가 아래에서 산다"는 것을 논한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스토트는 "나는 십자가가 모든 것을 변혁시킨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한다"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는 이어 "십자가는 우리로 하여금 새롭게 하나님을 예배하게 하고, 자신에 대하여 균형잡힌 이해를 하게 해주며, 선교에 대한 자극, 원수를 향한 새로운 사랑, 고통의 난국을 직면할 수 있는 새로운 용기를 준다"고 당당히 말한다. 그에게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문서화된 교리나 2천년 전에 끝나고 현재와 단절된 사건이 아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생생한 능력이며, 이는 스토트에게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이라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역사와 능력이 나와 우리의 삶에 또렷하게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소망한다.
코로나19 시국에 하나님을 예배하는 마음이 식어갈 때 다시금 새롭게 하나님을 예배하도록. CCC의 사영리 전도지의 '마음의 보좌' 그림처럼 주님을 내 인생에 모실 때 내 삶의 모든 것이 균형 잡히도록. 칼뱅이 말한 것처럼 하나님을 알아갈수록 나를 알아가도록. 도저히 용서치 못했던 원수들마저 뜨겁게 사랑하도록. 여기에 다 적지 못할 고통의 난국을 회피하지 않고 하나님 편에서 당당하고 잠잠하게 직면하도록.
또한 십자가가 "선교에 대한 자극"을 준다는 말이 새롭게 다가왔다. 십자가는 죽음의 상징이다. 선교는 다른 누군가를 새 생명으로 거듭나게 하는 과정이다. 이 어울리지 않는 극단이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스토트는 선교 훈련의 입문서 <미션 퍼스펙티브스>의 첫 장을 쓰며 "살아 계신 하나님은 선교하시는 하나님이시다"라고 제목을 달았다. 선교에서 전하는 대상은 곧 "그리스도의 속죄의 보혈", 즉 그분의 죽음이다. 그분이 속죄의 보혈을 흘려 죽으심으로 내가 새 생명으로 거듭난 것이다.
다시 돌아와, 2021년 2월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앞으로를 살아가는 내게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중심에서 명징하게 서 있는지를 점검하기로 했다. 공관복음서 3권에서는 공통적으로 예수님께서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고 말씀하셨다고 기록한다. 특별히 누가복음에는 "날마다"라는 단어가 추가되어 있다.
이 예수님의 말씀을 가장 잘 따른 사람이 사도 바울일 것이다. 그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고 했고,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고 했다. 이 책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모임 도서로 고르며 모임 이름을 CCC로 지었다. 사도 바울이 말한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를 영역한 "Crucified with Christ on the Cross"의 약자다. 모임 이름대로 살기를, 아니 죽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모임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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