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23.01.18.(수)
정리: 2023.01.19.(목)
출애굽기 4:10-17
모세가 주님께 아뢰었다. "주님, 죄송합니다. 저는 본래 말재주가 없는 사람입니다. 전에도 그랬고, 주님께서 이 종에게 말씀을 하고 계시는 지금도 그러합니다. 저는 입이 둔하고 혀가 무딘 사람입니다."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누가 사람의 입을 지었느냐? 누가 말 못하는 이를 만들고 듣지 못하는 이를 만들며, 누가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거나 앞 못 보는 사람이 되게 하느냐? 바로 나 주가 아니더냐? 그러니 가거라. 네가 말하는 것을 내가 돕겠다. 네가 할 말을 할 수 있도록, 내가 너에게 가르쳐 주겠다." 모세가 머뭇거리며 "주님, 죄송합니다. 제발 보낼 만한 사람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하고 말씀드리니, 주님께서 모세에게 크게 노하시어 말씀하셨다. "레위 사람인 너의 형 아론이 있지 않느냐? 나는 그가 말을 잘 하는 줄 안다. 그가 지금 너를 만나러 온다. 그가 너를 보면 참으로 기뻐할 것이다. 너는 그에게 말하여 주어라. 네가 할 말을 그에게 일러주어라. 네가 말을 할 때에나 그가 말을 할 때에, 내가 너희를 둘 다 돕겠다. 너희가 하여야 할 말을 가르쳐 주겠다. 그가 너를 대신하여 백성에게 말을 할 것이다. 그는 너의 말을 대신 전달할 것이요, 너는 그에게 하나님 같이 될 것이다. 너는 이 지팡이를 손에 잡아라. 그리고 이것으로 이적을 행하여라." (새번역)
나의 묵상: 내게로부터 눈을 들어 전능한 하나님을 신뢰하기
하나님께서 하신다는데 자신이 못하겠다는 건 겸손이 아니다. 내가 무엇이기에, 내가 누구이기에 하나님의 의지와 능력을 판단하는가?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나님도 작아 보이는 건가? 삶이 쪼그라들고 자아가 콩알만 하게 작아져서, 하나님마저 작게 보는 우를 저질러서는 안 될 것이다. 모세는 실패자요 나그네로 살아왔기에, 어쩌면 하나님께서 능력이 적거나 어느 정도 있어도 잘 베풀지 않는 분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도망치고 낙엽처럼 떠돌 때 하나님께서는 어디서 무엇을 하셨냐고. 이집트 왕자 시절에도 할 수 없는 일을, 파라오의 공주라는 배경도 없는 노예 민족 출신 범죄자로 전락한 이제야 무엇을 하시겠냐고. 하나님께서는 그동안 나를 잊으셨고 버리신 게 아니냐고.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인생뿐 아니라 언약 백성을 오래도록 돌아보고 계셨고.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신 그 하나님이 여전한 분이라는 걸 모세는 알아야 했다.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다”(창 17:1)
하나님이 하신다면 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번에도 적었듯이, 모세는 하나님을 바로 보지 못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께서 하신다고 하는데, 모세는 자꾸 자신이 못한다고 말한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그만큼 모세는 40년 동안 스스로밖에 모르는 자아로 오그라들어 있었다.
아니, 80년째 자기 자신밖에 몰랐다. 그는 하나님이나 다른 사람들의 보편적인 상식과는 다르게 자신과 남을 바라보고 행동했다. 자신은 동족 이스라엘을 위하여 숨어서 수고하고 장차 권력으로 해방자가 될 거라고 여겼지만, 동족은 자신을 법관과 재판관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미디안에 와서는 제사장의 사위로, 한 가족으로 대우받았지만, 그는 자신을 나그네라 여기고 불행한 실패자라고 여겼다. 미디안 사람 아내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들마저 이방인으로 여겼다.
자신과 남을, 사람을 이렇게 바라보니 하나님이라고 제대로 볼 리가 없다. 하나님이 하시는 거라는데 주어를 바꿔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태도가 가당키나 한가. 하나님은 아예 “내가 사람의 입을 만들었는데……”라고 하시는 듯하다. 어제 적은 내용처럼, 이렇게도 하시고 저렇게도 하시며 그렇게 하실 수도 안 하실 수도 있는 분이 하나님이시다. 그런데 모세는 ‘못 한다’고 하고 있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이적과 기사를 행하셨는데도 하나님을 믿지 못하고 자신만을 주장했다. 하나님께서는 열국에 당신을 나타내시기 전에 모세부터 하나님을 믿게 하셔야 했다.
나는 하나님을 ‘제대로’ 믿고 있을까. 내가 보편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언행을 하고, 그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 폐를 끼치고, 그래서 수치와 부끄러움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고 도망쳐 숨어서 잊히고 싶을 때, 그래도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의 용서와 용납으로 나를 받아주시고, 나를 세우시고 쓰신다는 걸 믿을 수 있을까. 이토록 하나님이 전능한 하나님이라는 걸 알고 믿고 있을까.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믿음 없는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막 9:24), 성령으로 믿음 주시며,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용서를 알게 하여 이런 나마저 용납하게 하시기를. 그리고 ‘내가’라는 주어 대신 ‘하나님께서’ 하신다고 믿기를. 믿으면 주 앞에서 완전하기를(창 17:1).
이에 지팡이를 손에 잡는다.
'성경 묵상 2023.01-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애굽기 4:24-31 | 모세의 진정한 관계 회복 (0) | 2024.02.12 |
---|---|
출애굽기 4:18-23 | 하나님의 인도를 신뢰하는 걸음 (0) | 2024.02.06 |
출애굽기 4:1-9 | 변화의 약속과 열매 (1) | 2024.02.05 |
시편 104:24-35 | 호흡 다하도록 (0) | 2024.01.20 |
사도행전 3:11-26 | 진짜 사역자와 가짜 사역자 (0) | 2024.01.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