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이 아닌 목적이신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그림자인 구약의 제사는 기존 고대 이방인들의 제사와 달랐다. 이방인들의 제사는, 명목상 신과 소통한다고 하지만, 중심은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내가 복을 받으려고, 내가 벌을 받지 않으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승리자’ 이스라엘의 제사는 양식과 절기부터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것이며, 하나님과 교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드린다. 김동문 선교사님은 진설병을 놓는 것이 하나님과 인간이 밥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먹는’, 즉 ‘맞먹는’ 관계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가인의 제사가 창조주께서 주신 선물에 대한 감사의 표시가 아니라 자기가 드리는 선물인 것처럼 왜곡해서 드렸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이방의 제사와 여호와 제사의 차이가 또 드러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나타나는 제사의 모습은 영웅이 자신의 능력으로 얻은 전리품을 제단에 바친다. 역시 중심은 신이 아니라 제사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맞춰진다. 내가 일군 것, 내가 따낸 승리에 주목한다. 하지만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는 토대가 다르다. 세상 만물이 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하나님의 것이요, 제사를 드리는 나 역시 하나님의 것이며, 내게 있는 모든 것도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의 산물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에 다 갚을 수 없지만 감사로 드리는 제사인 것이다.
그렇다면 고대를 한참 지나 21세기를 살아가는 나의 기도, 예배, 삶은 어떨까? 나는 하나님을 나를 위한 수단으로, 내가 형통하려고, 내가 복을 받으려고, 내가 벌을 면하려고 기도하고 예배하는가? 아니면 그저 하나님이 좋아서 나의 간구보다도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려고 하는가? 나의 것을 어떻게든 긁어모으고 이를 자랑하려 하는가, 아니면 주어진 모든 것에 하나님께 감사하는가? 구약 시대의 제사는 오늘날의 나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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