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24.06.11.(화)
정리: 2024.06.11.(화)
마가복음 7:24-30
예수께서 일어나사 거기를 떠나 두로 지방으로 가서 한 집에 들어가 아무도 모르게 하시려 하나 숨길 수 없더라 이에 더러운 귀신 들린 어린 딸을 둔 한 여자가 예수의 소문을 듣고 곧 와서 그 발 아래에 엎드리니 그 여자는 헬라인이요 수로보니게 족속이라 자기 딸에게서 귀신 쫓아내 주시기를 간구하거늘 예수께서 이르시되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여자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 말을 하였으니 돌아가라 귀신이 네 딸에게서 나갔느니라 하시매 여자가 집에 돌아가 본즉 아이가 침상에 누웠고 귀신이 나갔더라 (개역개정)
나의 묵상: 천둥벌거숭이에게 의의 흰 옷을
오늘은 새벽부터 난리도 아니었다. 전날 밤 학원 동기 수강생에게 장문의 메시지가 와 있었고, 오늘 아침에는 일터에서 된장통을 엎었다. 내 실책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이성적으로 원칙을 세워 살아가기보다 감성으로 움직이는 성향을 가졌기에, 다른 사람의 감정은 상하게 하거나 일을 그르쳐온 것이다. 다행히 여전히 내 삶에 걸쳐져 있는 큰 사건 하나만 빼놓고는, 어제 오늘 일을 잘 사과하고 수습했다.
하지만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가는 자정께 갑자기 삼백만 원만 빌려달라는 형에게는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삼백만은커녕 백만도 없는 ―그것도 단기 근로와 사역 후원금으로 겨우 채운― 내 잔고 사정과 앞으로 생길지도 모르는 소송 빚 액수를 말하며 도움을 못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가끔 연락해와 나를 응원하며 음료 쿠폰도 보내주던 형이었다. 나를 도와준 사람이 도움이 필요할 때 내가 도울 수 없어서 매우 아쉽다.
본문은 이방의 두로 지방으로 굳이 가신 예수님과 수로보니게 족속 그리스인 여성과의 일화를 통해 비유대인에게도 복음이 역사한다는 걸 유대인들에게 보여준 사건이었다……는 건 2006년 이후로 숱하게 적어왔었다. 선교적 메시지라는.
그런데 오늘 내 마음을 끄는 부분은 첫 절인 24절이다. 예수께서는 사람들이 구름떼같이 몰려드는 걸 자꾸 피하시다가 두로까지 가신다.
두로는 해상 무역의 중심지로, 지중해 무역의 패권을 두고 과거 이스라엘, 유다와 경쟁했었다. 유다가 바벨론에 망하자 유다를 자신들이 차지할 거라 여기며 기뻐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교만해졌다가, 에스겔 선지자를 통한 하나님의 경고를 받고 나서 바벨론에게 멸망한다. 바벨론은 세계를 정복하려던 것이지, 두로의 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니엘이 해석한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의 꿈대로, 바벨론도 망하고 뒤이은 페르시아도 망하고, 알렉산드로스의 그리스 제국도 망하고 로마가 일어났다. 하지만 로마도 망할 것이고, 오직 하나님의 나라만이 영영히 선다.
과거에 두로가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의 땅이었으나, 본문 당시는 이스라엘-유다와 마찬가지로 로마의 식민지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에스겔서에서 하나님은 의인의 타락에 징계를, 악인의 회개에 용납을 말씀하시는데(겔 33장), 훗날 바울이 인용할 말처럼 의인은 하나도 없고(롬 3:10), 유대인이나 비유대인이나 모두가 복음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예수께서는 유대인 제자들과 함께 유대인들과 척지던 사마리아, 두로, 그리스, 로마 사람들을 만나신다.
본문의 상황으로 돌아와서, 로마 치하의 두로는 과거가 어땠든 예수님이 필요한 땅이었다. 예수께서 그곳에 “아무도 모르게 하시려 하나 숨길 수 없”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로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하고, 등경 위에 둔 등불이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는 것 같았다(마 5:14-15). 오늘 좋아하는 목사님이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 이사야 50:10은 “흑암 중에 행하여 빛이 없는 자라도 여호와의 이름을 의뢰하며 자기 하나님께 의지할지어다”라고 한다. 죄악이나 절망 속에 빠져 있더라도,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은 빛을 볼 것이다. 아무도 숨길 수 없는 빛을.
먼저는 내게 빛이 필요하다. 오늘은 오후에도 여러 자잘한 사건들이 터졌다. 정수기에서 물을 따르다가 넘치게 흘렸고, 김치를 썰다가 왼손 넷째 손가락을 찍었다.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비닐 장갑만 교체하고 다시 작업하는데, 피가 멈추지 않고 흘러 장갑 안에서 찰랑거려 미끄러우니 계속 일을 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도움을 받아 지혈제를 쓰고 방수 밴드를 붙였다(지혈제를 처음 써봤는데, 신기하게도 피가 멎었다). 집에 와서 칼자국을 확인해보니, 날이 들어가다가 손톱에서 멈춘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이로써 최근 일을 하다 손에 난 상처만 세 개째다. 왼손바닥 아래쪽에 칼에 찍힌 상처, 오른쪽 가운뎃손가락 화상, 그리고 오늘 상처까지. 지금 상처를 벌려보니 생각보다 깊이 파였는데, 아프지 않아 다행이고 감사했다.
이렇게 부주의하고, 미련하며, 충동적이고, 그래서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며 자신과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인간 재앙에게는 전능하신 하나님과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빛과 성령의 충만함이 필요하다. 거라사에 살던 군대 귀신 들린 남자를 예수께서 고쳐주셨듯이, 나를 영육 간에 강건하고 온전케 하실 하나님이 필요하다.
그런데 나는 수로보니게 여인처럼 은혜를 갈망하는가. 예수께로 나아와서 떠나지 않으려는가.
주님, 나를 긍휼히 여기사 내게 먼저 오소서. 나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일어설 힘도 없습니다. 그저 주를 의지합니다. 흑암에 있던 내게 빛으로 오소서.
"성경에 일렀으되 곡식을 밟아 떠는 소의 입에 망을 씌우지 말라 하였고 또 일군이 그 삯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하였느니라"(디모데전서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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