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구상: 2025.08.04.(월)
작성 및 정리: 2025.08.29.(금), 09.01(화)
요한복음 8:1-11
예수는 감람 산으로 가시니라 아침에 다시 성전으로 들어오시니 백성이 다 나아오는지라 앉으사 그들을 가르치시더니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음행중에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우고 예수께 말하되 선생이여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그들이 이렇게 말함은 고발할 조건을 얻고자 하여 예수를 시험함이러라 예수께서 몸을 굽히사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 그들이 묻기를 마지 아니하는지라 이에 일어나 이르시되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 다시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 그들이 이 말씀을 듣고 양심에 가책을 느껴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하나씩 나가고 오직 예수와 그 가운데 섰는 여자만 남았더라 예수께서 일어나사 여자 외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여자여 너를 고발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없느냐 대답하되 주여 없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시니라] (개역개정)
나의 묵상 | Golden - 리얼 데몬 헌터스
세계적으로 열기가 식지 않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넷플릭스, 2025)에는, 케이팝(K-pop)을 유행하게 한 핵심 메시지가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케이팝의 대표 주자라고 하면 단연 BTS(방탄소년단)다. BTS는 <Love Yourself>, <Love Myself>라는 주제의 앨범과 곡으로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파했다. 이 메시지는 미국과 유럽 등지의 라틴계, 아시아계 등 비(非)백인 청소년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이들은 소속감과 정체성을 못 찾아 방황하고 있었고, 의탁해야 하는 문화는 낯설었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문화와 집안에서의 문화가 달랐다. 자신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태어나 스스로를 미국인이나 유럽인이라고 여기지만, 주변 친구들은 피부색이 다른 자신을 미국인이나 유럽인으로 대하지 않았다. 인종으로 기존 세계에 편입되기 어렵자, 이들의 부모들은 학업이나 운동 등의 성취로 자리한 세계에서 올라설 것을 종용했다. 성적이 나쁘면 집안에서건 학교에서건 인정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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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한국인 보이밴드 BTS가 ‘너 자신을 사랑하라’고 하자, 이들은 해방감과 자존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인종이 달라도, 성적이 나빠도, 어떤 조건과 관계없이 나는 나 자신으로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로 삶의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번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도 ‘깨진 유리도 빛난다’거나 ‘더 이상 숨지 않아. 이대로 빛날 거야’ 같은 가사에서 BTS의 메시지를 이어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있는 모습 그대로인 자신을 사랑하라는 걸 넘어 부족하고 망가진 자신도 사랑하라는 메시지다.
존재 그대로 용납하고 용납받는 사랑은, 예전 K-드라마에서도 다뤄온 주제이기도 하다. <환상의 커플>(MBC, 2006)에서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네가 나상실이든 조안나든 널 사랑해.” <커피프린스 1호점>(MBC, 2007)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널 좋아해.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이젠 상관 안 해.” 드라마 내용과 소재의 논란을 떠나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조건 없는 존재로 용납되는 사랑을 갈망하는지를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실은 이러한 메시지는 교회가 가르쳐왔고, 가르쳐야 하는 메시지다. 한국 교회사를 보자. 19세기 말 미국에서 온 새뮤얼 F. 무어(모삼열) 선교사는 조선 백정들을 대상으로 선교 활동을 펼쳤다. 양반들이 천민들과 따로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요구에 그는 그리스도 안에서 양반과 천민의 구별 없이 다 형제들이라고 답했다. 이에 양반들이 교회를 따로 세우는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 교회가 화재로 소실되자, 무어는 갈 곳 없는 양반들을 다시 형제로 맞이했다.
무어 선교사의 수제자가 되는 백정 박성춘은 발진티푸스에 걸려 죽을 고비를 겪다가 고종의 주치의인 에비슨 선교사의 치료로 회복되었다. 왕의 주치의가 백정인 자신을 힘써 고쳐주었다는 사실에 감명받은 박성춘은 의사의 하나님을 믿음으로 받아들였고, 무어 선교사를 도와 백정 선교와 백정‧천민 해방 운동에 힘썼다. 이 박성춘은 후일 독립협회의 활동인 만민공동회에서 연사로 나서 신분 철폐를 주창하였고, 오늘날 만민공동회와 그의 이름은 국사 교과서에 실린다.
미국에서는 20세기 중반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국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인종 차별 철폐 운동이 있었다. 그 이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18-19세기 ‘인류사 최대 업적’이라는 노예제 철폐에 앞장선 영국 하원의원 윌리엄 윌버포스가 있다. 그는 노예제 폐지, 노예 무역 폐지뿐만 아니라 영국의 공개 처형 철폐, 노동 조건 개선, 아동 노동 규제, 빈곤 철폐, 빈곤자 교육, 교도소 인권 신장, 동물 학대 방지 등 여러 분야에서도 힘을 써 ‘영국의 양심’으로 불린다.
그는 학창 시절엔 교회에서 설립한 학교에서 졸업과 관련된 신앙 고백을 거부했고, 젊어서는 화려한 말솜씨로 대중 앞에서 상대 의원을 골탕 먹이고 논쟁으로 찍어누르는 걸 즐기며 자기 잘난 맛에 살았었다. 하지만 주변 그리스도인들과의 오랜 논쟁과 사색, 탐구로 하나님을 받아들이고는, 명목상의 교회 출석자였던 가족들이 우려할 정도로 성경과 복음에 헌신했다. 그는 하나님과 하나님께서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시는가를 알고는, 인류사 내내 당연하게 여겨온 인간이 같은 인간을 노예 삼는 것, 인간이 같은 인간을 괴롭히는 것을 끔찍한 죄로 자각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정치와 입법 분야에서 이를 해결하려고 평생을 헌신했다. 인간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당겨와 바로 며칠 전, <유 퀴즈 온 더 블록>(KBS)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인터뷰이로 출연했다. 한국어로 번역한 자막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빌 게이츠는 자신이 자선 활동을 하는 이유로 어머니가 상기해준 성경과 종교 서적들에 나온 내용을 꼽았다. 이런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급의 자선 단체인 게이츠 재단의 활동 이념은 “모든 생명은 동등하다(All lives have equal value)”이다.
오늘 성경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자신의 수치가 대중에 까발려진 여인을 보호하며, 정죄하지 않는다고 하신다. 어떠한 상처가 있든, 장애가 있든, 심지어 죄과가 있든 사랑과 존중을 받아야 할 하나님의 형상이기에. 그래서 피투성이라도 살라고 하신다(겔 16:6). 수십 년 전 복음성가 <있는 모습 그대로>는 자신의 꾸밈과 가식과 가면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하나님께 나오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예수께서는 있는 모습 그대로 놔두시진 않는다. 상처가 있는 채로 놔두지 않고 치유하시며, 장애와 고난을 영광으로 바꾸시며(요 9:1-7), 죄를 끊게 하신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요 8:11)
또한 사람을 괴롭히던 데몬을 쫓아내기도 하신다. 복음서에서 수차례 기록된 예수께서 귀신을 쫓아내는 장면에서, 영어 성경은 귀신에 해당하는 단어를 데몬(demon)으로 번역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아쉬운 설정 오류(?)는 선대 헌터들이 무속인의 의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인데, 원래는 무당들이 데몬의 하수인에 가깝다.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진정한 데몬 헌터다. 나아가, 예수께서는 우리를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도록 자라게 하시고 온전케 하신다(엡 4:13).
이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명과 능력을 주셨다. “예수께서 그의 열두 제자를 부르사 더러운 귀신을 쫓아내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는 권능을 주시니라.”(마 10:1) “병든 자를 고치며 죽은 자를 살리며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하며 귀신을 쫓아내되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마 10:8) 세상의 악을 쫓아내고 의를 세우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인 우리 역시 데몬 헌터들이다.
시각을 넓혀보자. 사이비 종교와 사기 단체의 악행을 파헤치고 막아내는 우리와 여러분이, <나는 신이다>를 제작한 방송 제작진이, 갑질‧부패 권력과 비리 정치인‧경제인‧군인 등에 맞서는 여러분이, 자신의 앞길보다 정의를 선택한 내부 고발자들이, 숨 쉬듯이 무례한 사람에게 인내하는 여러분이, 자신의 죄악을 회개하고 선을 이루며 사는 성도들이, 갑을 관계‧성별 문제 등에서 갈라치기 하지 않고 차별을 없애 화해를 이루어가는 피스메이커들이, 전쟁과 기아‧폭력‧난민 발생 지역에서 평화를 이루고자 외교적 노력을 다하여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이러한 소식들을 전하는 언론인들이, 아이들과 학생들을 사랑으로 지도하고 교육하는 선생님들이, 힘겹게 자녀를 출산하고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여 양육하는 부모님들이, 생명을 살리려고 아픈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의료진들이, 유족들을 위로하고 지원하는 상조인들이, 다리 없는 사람을 걷게 하고 말 못하는 사람이 의사를 표현하도록 기술을 연구하며 의약품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이, 무료 급식소에서 밥을 짓는 봉사자들이, 자선 공연과 전시회를 펼치는 예술가들이, 고난에 처한 이들에게 기꺼이 이웃이 되고자 천원이라도 기부하는 여러분이, 부르신 곳에서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 지키게 하는 전도사부터 목사님‧간사님‧선교사님들이, 그 옆에서 시청자가 이해하도록 돕는 통역사‧수어 통역사‧번역가들이, 치안을 유지하고 재난 현장에 뛰어들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군인‧경찰‧소방관들이, 특정 세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법을 연구하고 입법 활동을 하는 정치인들이, 온갖 허위 선동과 가짜 뉴스를 분별하고 진실을 탐구하여 사람들에게 정보 보호 활동을 하는 팩트체커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처하고 억울한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없도록 법률로 보호하는 변호사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거리와 각종 오염을 제거하는 미화원들과 폐품‧폐수 처리 및 분리수거 처리 종사자들이, 오늘도 산업과 사회에 기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정직한 땀방울을 흘리는 여러분이 바로 데몬 헌터다.
쓰다 보니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의 <We Are Warriors>라는 곡이 떠오른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분투하는 의료진과 모두를 전사들로 표현한다. 추가로, 라빈은 라임병 투병 중에 만난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를 <Head Above Water>란 곡으로 만들었었다.
성경에서는 하나님께서 이러한 당신의 백성을 어떻게 여기시는지 수없이 많은 서술과 암시가 기록되어 있다. 그중 바로 떠오르는 한 가지 이미지는 구약 시대 대제사장의 흉패에 붙은 열두 보석이다.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상징하는 열두 보석은, 하나님께서 이들을 심장 가까이에 두는 보석처럼 귀하게 여기신다는 걸 의미한다. 요한계시록에서는 교회를 진주처럼 귀하게 여기신다는 이미지로 나타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는 태어난 모습처럼 황금빛으로 빛날 거라고 노래한다.
성자 예수께서는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요 13:1)신다고 한다. 그분은 종처럼 제자들의 앞에 꿇어앉고 그들의 발을 씻었다. 그리고 그를 믿는 모든 사람의 죄와 사망을 대신하여, 아무 죄도 없었지만 고난받고 십자가에서 처참하게 죽으셨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 20:28, 막 10:45) 나아가 그를 믿는 모든 사람에게 예수님의 부활 생명을, 하나님의 영원한 삶을 주신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 3:16)
차별 없이 존재 자체로 자기 자신을 용납하고 사랑하는 건 귀하고 아름답다. 학교나 가정에서, 사회에서 자신의 조건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용납하고 사랑해주면 어떨까. 그러기가 어렵기에 자기 자신을 존재로서 용납하고 사랑하라고 케이팝은 말한다. 성경은 더 나아가 말한다. 황금빛으로 빛나지 않더라도 보호하며 용납하는 큰 사랑이 있다고. 자신이 수치스러워 저 바다 끝에 가서 숨어도 기어코 피투성이가 되어 찾아오는 큰 사랑이 있다고. 이제 이 조건 없는 사랑을 조건 없이 받아달라고.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계 3:20)
오늘은 카드사에서 독촉 전화를 받고, 미납이 이어지면 신용 등급이 하락한다는 경고를 들었다. 결국 카드 이용이 정지되었다. 누군가는 돈이나 힘이나 직장이나 배우자가 없으면 이상히 여기나, 그리스도는 조건을 넘어 사람을 사랑하시고, 하나님께서는 무능한 자를 통하여 당신의 전능을 드러내신다(고후 12:9-10). 몇 만의 군대가 아니라 작은 간담을 가진 300명으로 대군을 이기게 하신다(삿 7장). 어찌 떡이 없다고 논의하냐고 꾸짖으시며 한 끼 식사로 수천 명을 배부르게 하신 당신이 여기 있다고 하신다(마 16:8-10).
금이 없어도, 금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예수를 가진 자가 전부를 가진 자다. 꾸짖음을 받은 제자들은 훗날 돈을 바라고 구걸하며 올려다보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행 3:6) 우선 나부터 주께 무언갈 바라고 올려다볼 게 아니라, 그리스도 예수를 바라고 받아 일어서야 한다. 그러면 어느 책의 제목처럼, 주께서는 감추고픈 우리의 상처를 빛나는 별로 바꾸신다.
"성경에 일렀으되 곡식을 밟아 떠는 소의 입에 망을 씌우지 말라 하였고 또 일군이 그 삯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하였느니라"(디모데전서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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